<<건강한 주체적 삶의 생생한 기록>>

이지엽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시인)

안정산 님의 『몽골 초원의 푸른 꿈』은 “꿈 너머 꿈의 희망찬 기록”입니다. 그 꿈을 이루려는 좋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서로 만나서 마음을 소통하고 새로운 세계에서 명상과 꿈의 밑그림을 그려보여 주고 있는 것이지요. 몽골의 광활한 초원에서 젊은 열정과 함께 심신도 단련하며, 칭기즈 칸의 호연지기를 131명의 "고도원의 아침편지" 회원들과 스태프진이 혼연일체가 되어 나아가는 기록은 상당한 감동으로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느낀 점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여러분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첫 번째로 의미를 둘 수 있는 이것은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 생소하고 낯선 것에 도전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우리는 영화 등을 통해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이외로 이를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타본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몇 십 킬로를 직접 몰아본다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말 못하는 두려운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몽골에서의 말 타기 기록의 처음과 중간의 과정, 그리고 끝을 담고 있는 이 기록들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중요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우리는 외규장각 의궤(儀軌)가 145년 만에 우리나라에 반환되어 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의궤가 중요한 것은 당시의 의례를 그대로 그려 보여주고 설명해주는 세밀함과 사실성에 있습니다. “유목민들의 식생활은 가축에서 나온 육식과 유제품을 주식으로 즐겨 먹는데, 물고기는 24시간 눈 뜨고 몽골을 지켜준다는 전설에 따라 신성한 존재로 여기며 전혀 먹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몽골 고양이는 실제로 물고기를 주어도 먹지 않아 신기함을 느끼게 했다. 그들은 봄에도 채소를 섭취하지 않아 비타민과 여러 가지 영양부족으로 건강에 많은 악영향을 끼친다고 하니 안타까운 생활문화였다.” 이런 기록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활의 실제를 그대로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둘째로 도전정신과 이에 대한 실천을 통해 꿈 너머를 보는 안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작가도 얘기했듯 “꿈 너머 꿈의 희망찬 기록”이라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된 것이라 판단됩니다.

칭기즈 칸도 유목민에게 “성을 쌓는 자는 망한다.”고 교훈해 주었다. 그처럼 초원 한곳에 머물러 있으면 가축들에게 새로운 영양식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또 다른 꿈을 꾸지 않거나 스스로 변화되지 않으면 새로운 희망과 더 좋은 꿈도 자라날 수 없다는 뜻과 부합된다.

작가가 술회하고 있는 이러한 정신은 한 곳에 정체되어 있는 삶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정체와 답보가 우리들에게 결코 새로운 비전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전하는 자는 아름답습니다. 왜냐하면 생각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사고는 살아있고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무엇보다 이 기록들에서 묻어나는 것은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의 발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껏 가슴속에 자리 잡은 바늘구멍처럼 좁아진 옹졸함도 초원에 묻혀 지니, 자연과 더불어 달리는 내 앞길에 여유로움만이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이제부터라도 남은여생을 바보같이 살지 않겠다며, 나를 대신해서 말에게 채찍을 가하니 더욱 빨라지고 마음은 후련하기만 하다. 이제부터는 언제 어디서나 내가 주인이 되어 사는 삶이 길 바래본다.

가을 낙엽처럼 바람에 이끌리거나, 죽은 물고기처럼 맥없이 물살에 떠내려가기는 싫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만큼은 설령 야생화로 살지라도 세월 속에 묻혀 살지 않고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색깔로 깊이 뿌리를 내리고 싶은 마음이다.

이 깨달음은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살겠다는 의지로 읽혀집니다. 사실 우리들은 자신이 아닌 “누구의 무엇”으로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남자는 직장에서 여자는 가정에서 주어진 일에 본분을 다하다 보면 자신이라는 존재가 없어질 때가 많습니다. 작가는 넓고 넓은 대자연의 초원에서 비로소 탁 트인 시야를 얻게 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오직 노년의 세계를 올바르게 판단할 사고력이 있어야 하고, 나의 마지막 보루인 삶에 가치관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기록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성과 순수성과 휴머니즘의 회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몽골 여행의 25대의 푸르공 "아침편지 깃발'을 든 이들에게는 우정이 있습니다. “낮에는 바람 가르듯 말 타고 초원을 달려보는 체험, 밤이면 별과 함께 꿈을 그리고 게르에서 가족처럼 느껴지는 조원(組員)들과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사랑을 나누며 준비된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마음의 장터”를 이루고 있습니다. “연장자에게는 나이를 초원에 묻히게 하고 생일을 맞이한 회원에게 왕관을 씌워주며 어디서나 야생화처럼 기쁨을 심어주었으며, 홀가분하게 새로운 인생설계도 하게한 정신적 배려……”가 있습니다. 유목민들의 자연 순리(順理)의 평화와 행복을 좇아 “인생의 여유로움과 겸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순수함과 우정과 인간다움이 묻어나는 진솔함이 있는 것입니다.

늘 마음만 있지 여행 한 번 쉽게 떠나보지 못한 저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젊게 생각하고 밝게 살아가려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 기록들은 분명 여러분에게 새로운 희망과 꿈을 주게 될 것입니다. 작가도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 평범함에는 결코 건너뛰지 않는 성실한 삶의 보법과 묵묵함이 배어 있습니다. 명상하며 마음을 편안히 하는 지혜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손 내밀어 그것들과 악수하며 다소 힘들더라도 따뜻하게 이 세상을 살아갑시다. 여러분도 이제  이 자리에 동참하리라 믿는 것은 “꿈 너머 꿈”을 사랑하는 것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