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여행>-선유도 유람선에서-
: 안정산     : 10-06-11 05:58     : 2100    
유람선의 별난 환갑잔치
                 
  오늘은 초등학교 동창들과 친구의 환갑기념으로 여행가는 날이다. 한번쯤 가고 싶었던 군산 선유도를 관광회사 패키지여행에 합류해서 가게 되었다. 환갑인 김용순은 혼자서 고생하며 살고 있기에 잔치만은 멋지게 치러주고 싶었다. 군산항을 출발 두 시간 뱃길 따라 유람하는 동안 선상에서 깜짝 이벤트로 환갑잔치 행사계획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람타는 "당신 삶 속의 모든 것은 당신이라는 존재의 고유한 주파수가 있다"고 했다. 그 주파수가 곧 자기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좋은 사람과 함께하면 생각도 긍정적이고 삶의 가치를 보람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좋은 꿈을 가진 사람과 어울려도 생각이 변하고 더 좋은 꿈을 설계하기 마련이지 않던가. 관광버스 가이드로부터 유람선 분위기를 파악한 후 조심스럽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김용순은 남달리 음식 솜씨가 좋아 식당을 운영하는데 홍어무침을 비롯한 음식마저 푸짐하게 준비해왔다. 우리는 군산에서 케이크와 샴페인을 준비했고, 초등모임에서는 각자에게 환갑기념으로 행운의 열쇠를 선물한다.

 선유도를 향해 출발 시간이 되자 관광객들은 배에 오른다. 유람선가이드는 푸른 바다와 주위 섬들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 경치가 빼어나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한 안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배안에 자리한 1층 노래방으로 향했다. 광주에서부터 함께한 관광버스 가이드는“저를 따라 오세요”하며 승객들을 노래방으로 유도한다. 나도 마치 가이드처럼 자연스럽게 무대의 마이크를 잡고 승객들을 자리정돈 했다. 전국 각지에서 여행 온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리를 가득 메워 주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차분히 따라주어 감사했고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구성진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전국에서 여행오신 관광객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선유도 관광이 목적이겠지만 뜻하지 않은 저의 초등학교 동창, 김용순 여사님 회갑파티까지 참석하게 되었으니 여러분은 영광이요, 저희에게는 행복입니다. 아무쪼록 이 자리를 빛나게 해 주실 것으로 믿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 김용순여사님 환갑 기념회를 시작 하겠습니다. 동창들까지도 어리둥절한 순간, 노래방 악사는 축하 팡 파레까지 울려 퍼지게 한다. 어느 순간  환갑잔치 하객이 되어버린 승객들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고 행사에 흥미롭게 임해 주었다. 식순에 따라 주인공은 무대로 올라와서 케이크에 촛불을 밝힌다. 어느새 100여명의 노래방관광객들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버렸고, 난쟁이 노래방 사회자도 내 옆에서 보조 역할을 잘 맞추며“생일 축가”를 합창하도록 분위기를 띄워주었다.

 김용순 여사님은 광주시 상무지구에서 살고 있으며, 한국 전통 미풍양속을 지닌 주부로서 이처럼 동창들 사랑마저 한 몸에 받고 사는 노년의 인기스타라고 소개했다. 선물증정식 때는 모든 이에게 분위기를 더욱 사로잡았다. 초등학교 동창들께서 뜻 깊은 마음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김용순 여사님가정에 행운이 가득하라고“행운의 열쇠”한 냥과 백수까지 장수하라는 뜻으로 핸드폰 걸이“황금 거북이”를 전달하겠습니다. 관광객들은 부러움의 박수갈채를 쳐 주었고 그녀는 연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동창들도 눈시울이 붉혀졌다고 하니……. 그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김용순 친구뿐만 아니라 동창들 모두가 감개무량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촛불이 꺼진 후 그 자리에 함께한 관광객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은박지에 생일케이크를 조금씩 나누어 주는 모습이 너무 소박하고 아름다웠다.

 아홉 명의 동창들은 어깨동무하고 원형으로 돌며 <푸른 하늘 은하수*>와 <서울의 찬가>를 편곡하여 접속곡으로 불렀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어우러져 함께 춤을 춘다. 어느덧 잔치 한마당은 절정을 이루었고 그 분위기를 난쟁이 사회자에게 조용히 넘겨주었다. 이번엔 준비해간 홍어무침과 음식을 갑판위의 관광객들과 함께 하기위해 올라갔다. 서해안 바다를 바라보며 선상 파티가 이루어 졌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빅 이벤트요, 전국 한마당 잔치가 된 것이다. 선주께서도 엉겁결에 이루어진, 20년 만의 처음행사였다고 부러움과 함께 소주잔을 높이 들어 부딪쳐 축하해 준다. 마치 잔치를 위해 관광객을 동원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때도 있다. 히틀러나 후세인의 짧은 생각에 의해 많은 국민이 죽었고 세계가 전쟁으로 지각 변동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우리 동족의 남북관계도 햇볕정책으로 화해의 한마당이 되었으면 하는 염원의 마음 간절하다.

 우리의 유람선이 선유도에 도착했다. 환갑행사는 끝이 났고, 관광객들도 뿔뿔이 헤어졌다. 선유도 파도소리는 추억의 교향곡이 되어 울려 퍼지는 듯하다. 산 오징어에 소주잔 부딪치는“건배”의 합창소리도 어찌 다른 친목과 비교되겠는가. 오존의 맑은 갯바람은 가슴을 툭 트이게 했고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동창들 분위기마저 너무 환상적이었다. 죽마고우여! 오늘 이 기분으로 백수까지 행복 누리며 건강하게 살세그려.

                                2010. 5. 8. < 어버이날 쓰다.>